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 중 하나는 <좋아하는 것 다시 보기>이다. 몇 년이 지났어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노래나 뭐든 정주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정주행한 ‘킬미 힐미’도 이번이 3번째 정주행이었다. 아직도 귓가에서 장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킬미힐미는 2015년도에 MBC에서 방영한 20부작 드라마로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차도현(지성)과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오리진(황정음)의 이야기다. 다중인격장애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하는데 트라우마나 외부의 공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는 질환이라고 한다. 남자주인공인 차도현 안에는 신세기, 페리박, 나나, 안요섭, 안요나 등의 인격들이 자리한다. 각각의 인격이 무지막지하게 개성이 강해서 캐릭터가 많은 느낌을 주었다.
킬미힐미의 가장 큰 재미는 각자 개성이 강한 차도현의 7가지 인격이었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신세기’와 ‘안요나’캐릭터가 있다. 특히 신세기는 거의 차도현 vs 신세기 구도로 붙어서 지성이 자기 자신과 대결하는 웃긴 현상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신세기냐 차도현이냐 말이 많았지만 나는 둘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나는 요나에게 환호했다. “오빠~♥”하는 목소리와 “입 다물어 기지배야 싸나운 기지배”의 목소리가 들리면 미쳤나 봐 너무 좋아하면서 더 이상 지성이 나이대의 남자로 보이지 않고 진짜 여고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런 대사 톤과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배우 지성에게 궁금해질 정도다.
킬미힐미가 너무 무겁지 않게 된 건 둘의 덕분이다. 서브남인 듯 아닌 듯 고통과 멜로를 반복하는 오리진의 오빠 오리온, 모든 인격에 발맞춰서 티키타카를 해주는 오리진. 리진이는 일단 몸으로 부딪치는 캐릭터였다. 요섭이가 죽으려는 순간에도 몸으로 끌어 내리고 신세기가 폭주해도 도망치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더불어 각각 다른 인격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오리진을 보면 내 성격과 너무 반대라서 놀랍기만 했다.
하지만 오리진의 가족을 보고 이해됐다. ‘저런 가족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느낌을 줬다. 특히 아껴주면서도 깊은 속내를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주는 오리온이 있어서 가능하구나 싶었지만 오리온은 드라마 내내 짠 내만 풍겨서 안타까웠다. 그런 오리온의 최애장면은 역시 리진이와의 한치도 지지 않는 말싸움. 짠 내가 풍기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슬프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리온이가 즐거운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킬미힐미의 가장 큰 중심은 ‘모두가 힘든 일을 겪고 힘들어하고 죽고 싶어도 하지만 살아있고 싶은 마음으로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와.’ 이다. 차도현의 새로운 인격들이 생겨난 이유도 인격들이 활동하는 이유도 차도현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정신적인 고통을 못 이기겠으니까 이길 수 있는 자아가 만들어지고 힘들 때면 그 자아가 활동하게 내버려두는 도피의 흔적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삶을 살고 싶은 다른 인격에게서 자신의 삶을 지키려면 결국 모든 상처는 오롯이 자신이 받아들여야 한다.
극단적으로 죽고자 하는 차도현의 다른 인격 ‘안요섭’을 살려내면서 오리진은 그런 얘길 한다. 자신도 매일 살고 싶은 나와 죽고 싶은 내가 싸우지만 견디다 보면 그때 안 죽길 잘했다 하는 날이 온다고. 그 무엇보다 킬미힐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열심히 사는 나를 다독여주는 드라마 킬미힐미. 잘 살았다고 지금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위로해주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내가 차도현처럼 많은 인격을 갖고 있지 않고, 오리진처럼 예전의 나쁜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 순간 내 안의 여러 자아가 싸우고 있다. 그걸 괜찮다고 말해주는 드라마니까 쌀쌀한 바람이 가기 전에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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