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가 세계 음악을 장악하고 있는 팝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신세대 느낌이라면 그래미는 권위, 전통을 고수하는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팝덕들은 그래미 심사위원들을 '그래미 할배'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런 고요하고 잔잔한 그래미 세계에 파동을 일으킨 자가 있었으니 18살의 소녀 '빌리 아일리시'이다.
작년 빌보드차트를 뜨겁게 달군 곡이 바로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이다. 경쾌한 비트와 duh~ 하면서 나오는 띵뚱띵뚱 힙한 소리의 뭉텅이 그리고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빌리 아일리시만의 몽환적 음색 이 세가지가 적절하게 섞인 곡으로 트랜디한 요소의 집약체 곡이라 설명할 수 있겠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해도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두 곡을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두 귀를 잠시 의심했다. 곡이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들리는 신음소리에 "뭐야?"하며 음악어플을 확인했다. 이처럼 빌리 아일리시 노래는 틀을 깨부시는 파격적인 곡들이 많다.
그녀의 이런 파격적 음악은 빌리 아일리시 오빠 '피니어스 오코널'의 손에서 탄생한다. 어릴때부터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나 오빠와 함께 합창단에서 노래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감각은 역시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녀의 어머니는 작곡가였고, 아버지는 우쿨렐레를 잘 쳤다고 한다.
그녀의 오빠 피니어스 오코널은 14살때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작곡클래스에서 작곡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 작곡공부에 매진했다. 이후 빌리가 그의 노래에 목소리를 얹게 되면서 미국판 악동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작업 방식은 맞춤 옷을 재단하듯 철저히 부르는 가수에 맞게끔 설정한다. 원래는 빌리의 음악을 전담하며 작업을 시작했으나 '할시'와 같은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소리가 이제는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의 작업실도 공개가 됐는데 생각보다 심플한 모양새에 절로 눈이 갔었다. 요즘은 공간 제약 없이 미디를 다룰 줄 알면 작곡이 가능하다. 장비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홈레코딩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 그의 방이라고 한다.
원래 빌리 아일리시는 댄서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고 춤을 추던 학생이었다. 댄스선생님은 빌리의 댄스 발표회에 쓸 음악을 피니어스 오코널에게 부탁하게 되는데 이 곡이 바로 'Ocean Eyes'이다. 그녀가 발목 부상으로 댄스를 그만두자 본격적으로 그남자 작곡, 그여자 싱잉 체계에 돌입하며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리게 된다.
Ocean Eyes가 반응이 꽤 좋게 나오면서 본격 데뷔의 길을 걷게된 케이스다. 참 사람의 일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Ocean Eyes를 듣기 위해서 사운드클라우드에 가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취향을 저격하는 이 노래를 듣게 되고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질 않아 결국 영상 제작자에게 따로 댓글을 남겨 알아낸 곡이라 많이 특별하다. 그만큼 빌리 아일리시 노래는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로테스하면서도 힙한 뮤직비디오다. 그녀는 공포물을 굉장이 좋아한다. 그리고 여성이 여성답게 보이는 것에 굉장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사상과 음악은 꼭 닮아 있다. Bad guy 말고도 그녀의 그로테스 힙 느낌을 가장 잘 전달하는 곡은 개인적으로 'When the Party's Over' 라고 생각한다.
When the Party's Over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사이에서 미적지근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에 대해서 노래한다. 억지로 검은 물을 마셔가며 채워보지만 결국에는 눈물로 뱉어내는 장면은 그로테스 힙이라는 말과 정말 잘 어울린다.
놀라운 점은 당시 17살인 빌리 아일리시가 cg효과 없이 저 연기를 해냈다는 점이다. 빌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노래에 대한 해석능력이 돋보인다. 물론 자신의 경험을 녹여서 곡작곡 작사를 한다고 하니 더욱 공감이 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아주 특이한 소재로 노래를 한다는 점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이다. 그녀의 곡 중 싸이코패스의 입장에서 쓴 곡이 있다. Bellyache속 빌리는 사이코패스 살인을 저지르고 은행을 털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다. 차기 곡을 고민하던 남매는 여러가지 캐릭터를 만들어 그들의 입장에 서서 노래해보자는 컨셉을 정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정신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싸이코패스였다.
싸이코패스인 빌리 아일리시는 사막의 하이로드에서 그녀는 돈을 뿌리며 춤을 춘다. 노란색의 비닐옷은 그녀의 친구들을 살인할 때 피가 묻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은듯 하다. 흥미로운 점은 노란색의 옷이라는 점이다. 보통은 천진난만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나 노란색은 낮은 자존감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그녀 자신을 조금 캐릭터에 녹여내지 않았나 감히 생각해 본다. 그녀는 틱 장애를 앓고 있다. 일부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캡처해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자 빌리 아일리시는 약간의 방어적인 기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존감에 대한 노래를 할 때는 그녀는 은연 중 자신의 약한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참 창의적인 자아 표현방식이지 않나 싶다.
이런 특이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하는 그녀는 대중의 원픽으로 자리잡으며 작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에 보상 받듯 그래미의 본상(Album of the year, Song of the year, Record of the year)을 독식했다. 이로써 그녀는 그래미에서 3개의 본상을 모두 받은 최연소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래미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나는 좀 놀라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업적이나 화제도가 대단하긴 했지만 다른 가수들도 다양한 부분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그래미 측이 여자이고 어린 소녀인 빌리 아일리시에게 상을 안겨줌으로써 구닥다리 시상식이라는 틀을 깨부시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월드 와이드 트렌드 세터로 정점을 찍고 있는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많은 음악과 새로운 투어 준비로 박차를 가하고 있을 빌리 아일리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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