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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며 배우는 것

DIARY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4.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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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덕질에 대해 얘기하는 걸 친구가 듣더니 한번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거기도 세상이 있구나. 어디서든 배우게 되네라고. 친구는 툭 던진 말이었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얘기였다. 덕질이란 것도 하나의 세상 같아서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배우지만 덕질을 안 한 사람은 그 점을 모른다.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서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일하다가도, 무엇이 필요해 만들 때도, 가끔 이걸 어떻게 할 수 있게 됐더라? 생각하면 대부분 덕질을 하면서 배운 거였다.
 

 

#끓어오르는_열정으로_배운_경험

 

 



배운 게 눈에 보이는 첫 번째는 확실히 경험이다. 각종 SNS사용법, 각종 앱의 사용법을 알게 한게 덕질이었다. 쉽게 말해 이런 식으로 배웠다. 콘서트를 가야 한다. 그러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일단 콘서트 공지가 뜨는지 보기 위한 SNS와 공식 카페 혹은 공식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팬클럽 공식이 필요하다면 공식을 결제하는 인터넷 결제를 배우게 된다.


▲ 티켓 공지를 기다린 후 티켓팅해서 간 케월페 티켓 (사진 = 이내)

 


그리고 공지가 뜨면 자연스레 그 사이트의 티켓팅 방법을 검색이나 아는 사람의 가르침으로 익힌다. (예를 들면 새로 고침을 안 하고 바로 넘어간다든지, 팝업 해지를 해놔야 한다던가 같은 사이트만의 특징들) 그렇게 티켓을 얻었으면 자리를 양도 문제로 인터넷 거래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콘서트장으로 가기 위해 기차, 비행기, 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알게 되고 사용법을 알게 된다. 콘서트를 하나 가겠다고 이 많은 걸 알게 된다.
 


#많은걸_가능하게_하는_기술

 

 

▲ 찍은 영상을 편집하기 위한 노력들 (사진 = 이내)

 


나는 대학 전공 때문에 카메라나 캠코더를 만질 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져봤다 한들 대부분 풍경 사진이나 자신의 여행 사진, 친구들을 찍는 정도였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인물을 찍는다는 건 평소와는 매우 다른 환경이다. 조명이 있고 위치가 있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물론 나도 카메라에 대해 흔히 말하는 대포를 들고 다닌다거나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한두 번 제일 다루기 쉬운 캠부터 해보면서 카메라를 빌리는 법, 줌 하는 법, 어느 저장소에 저장해서 내 걸로 옮기는지 등에 대한 나의 노하우가 생겼다. 또한 공연장과 내 위치를 가늠했을 때 어느 정도 줌이 필요한지, 높은 화질로 해서 몇 분 정도 찍으면 용량이 차는지 알게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시도들은 내 외장하드에 고스란히 저장되어있다.
 

 

 

 

#나도_알고_싶지_않았던_감정



가장 많이 배우게 된 건 기술도 경험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쟤는 너 몰라.”라고 얘기하고 연예인은 항상 내가 놓으면 끝나는 관계라지만 연예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라 결국 둘 사이에 사람의 관계가 형성된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평생 모르겠지만 나는 걔의 한마디에, 표정 하나에 울고 웃는다.


▲ 처음으로 편지지를 사서 덕질대상에게 편지를 써봤다 (사진 = 이내)

 


끊임없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 사람의 생활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누구의 행복을 바라면서 내가 행복해지는 감정을 겪으리라곤 생각해본 적 없는데 예상에 없는 감정들을 배우게 된다. 사람을 지켜보면서 약한 부분도 알게 되고 불안하거나 힘든 부분도 알게 될 때 간절하게 힘이 되길, 그 사람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그러나 좋은 감정만 배우는 건 아니다. 가끔은 그 사람이 너무 밉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왜 이렇게 굴지 의아할 때도 있다. 사람이라 사건사고가 터지기도 하는데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지 하는 타격을 받을 때도 있다.


▲ 뮤콘가는 법도 배우게 되더라 (사진 = 이내)

 


사건 속에서 나만의 덕질 룰 같은 걸 세우기도 한다. 예를 하나 들어주자면 나는 사람을 정의 내리지 말자. “라는 생각을 덕질하며 맨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사람을 알아가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게 된다.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할 거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거다.’라는, 쉽게 말하면 사람의 캐릭터를 만드는 셈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환상이 깨지면서 상처받는 게 나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내 기대에 따라서 행동하는 게 아닌데 나는 당연히 상상 속의 사람을 만들어놓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에 상처를 받았던 셈이다. 그 뒤로는 항상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다. 그 사람을 내가 틀에 넣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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