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그들을 제 2의 비틀즈, 역사상 이렇게 주목을 받을 케이팝 보이밴드는 없을 것이라 말한다. 이런 수식어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나의 사랑스러운 7명의 소년들, 방탄소년단이 지난 21일 컴백을 했다.
이번 앨범은 7명의 7년이라는 시간을 담은 기록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전 앨범인 페르소나에서 내 안에 자아와는 다른 꾸며낸 다른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페르소나를 자아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map of the soul 앨범을 관통하는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스위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자아를 3가지로 분리해 설명한다. 위 그림을 보면 상황에 맞춰 꺼내는 나 (persona), 불안하고 폭풍같은 원초적인 나 (shadow), 진정한 나 (ego)로 분리되어 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남들이 보는 나와 진짜 나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기 다른 그룹을 이루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가족 안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가 조금씩 다르듯 각기 다른 가면을 써가며 상황에 맞춰 발현되는 인격이 있다 이것이 바로 페르소나이다. 이와 반대로 대척점에서 불안하고 원초적인 마음인 섀도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마음이다.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나 자신 Self는 아이러니 하게도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페르소나와 섀도우 가운데서 융합을 이뤄 생성된다.
이전 앨범에서는 리더 알엠이 방탄소년단 알엠과 26청년 김남준을 분리하며 자신에게 거대한 페르소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자아가 분리되며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찰이 시작된다. 가사를 잘 들어보면 내가 빚어내는 나, 가끔은 위선적이고 위악적이다라는 페르소나에 대한 생각이 숨겨져 있다.
이전 앨범과 이번 앨범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인털루드 섀도우는 자아분리에 대한 괴리감과 고찰 과정에서의 고통이다. 내가 아닌 것 같은 꾸며진 페르소나를 인지하게 되면 진짜 내 자신은 누구인지 혼란이 오게 된다. 가끔은 그 페르소나가 무서울만큼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섀도우의 파트를 맡은 슈가는 그런 섀도우들이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은 두려움을 곡에 녹여냈다. 슈가는 도망치지만 섀도우는 끝까지 쫒아오며 결국에는 상위에 서서 슈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혼동스러운 자아 성찰 과정을 7명의 소년들은 아주 멋지게 이겨내며 에고를 성립하게 된다. 곡에서 제이홉은 거울속에 비치는 또 다른 나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내 자신을 믿으며 진정한 나로써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파티를 연다.
에고는 이처럼 페르소나와 섀도우 가운데서 융화를 통해서 만들어 진다. 즉, '누구가에게 비처보이는 나도 내 자신이며 흔들리고 불완전한 자신도 나라는 주제가 크게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깊은 울림은 역시나 이번에도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사며 역대급으로 빠른 초동 판매량(앨범 발매 이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의 차밍 포인트
1. 풍부한 리얼 사운드
앞에서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를 설명했다면 이제는 좀더 세부적으로 타이틀과 수록곡을 맛볼 차례이다.
타이틀인 온은 섀도우가 자신을 집어삼키는 듯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 자신을 지켜내며 중심을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곡이다.
이 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마칭밴드의 리얼사운드 녹음이라는 것이다. 마칭밴드란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행진 악대를 말한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미디라는 악기장비를 통해 악기 연주자들 없이도 혼자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기계와 리얼 사운드의 적절한 융합을 통해서 풍부한 사운드를 구성해 내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채널에서 공개된 코멘터리 필름에서는 마칭밴드와 코러스 합창단 분들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영상을 쭉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운드들이 들어갔으며 값진 공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칭밴드의 북소리, 트럼펫, 튜바까지 다채로로운 소리가 들어갔다는 것을 팬들에게 영상을 통해서 알려준다는 점이 신선한 덕질 포인트로 다가왔다.
이런 코멘터리 영상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사운드적으로 자신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2. 멤버들의 솔로곡과 새로운 유닛
7년이라는 시간은 멤버들에게도 참 감회가 새로운 시간이다. 7년동안의 시간은 7명의 소년들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각자 새로운 솔로곡을 발표했는데 주제도 참 다양하다.
앨범의 큰 주제를 설명하는 솔로곡이 래퍼라인이라면 보컬라인은 콘크리트처럼 사이사이를 아주 꽉 채워주는 솔로곡들을 만들어 냈다.
진은 항상 곁을 지켜줬던 아미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을 Moon이라는 곡을 통해서 전해줬고 정국은 어린나이이 데뷔했던 그때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차라는 곡을 선보였다.
지민은 앞으로도 자신의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Filter, 힘들었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를 전하는 뷔의 Inner Child라는 솔로곡도 담겨있다.
솔로곡 말고도 유닛곡도 앨범의 구성을 꽉 채우고 있는데 세상에 대한 비판을 담은 래퍼라인의 UGH!(욱),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보컬라인의 Zero 0'clock 등이다.
새로운 유닛 조합으로는 '슈가와 알엠', '지민과 뷔'이다. 두 유닛 다 대화를 통해서 구성됐다는 점이 재밌다.
슈가와 알엠은 서로 respect(존경)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다가 재밌는 곡을 써보자는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지민과 뷔는 데뷔 전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기념하며 친구라는 곡을 썼다고 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친구를 녹음할 때 지민은 녹음 마지막 부분에 뷔에게 정하는 짧막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서로 교대하며 얼굴을 볼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서로 녹음을 통해서 안부를 전하는 짧은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이다.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녹음 일화일 수 없다.
3. 리부트 앨범
7년의 시간를 되돌아보는 앨범이기 때문에 이전에 발표한 곡의 소스를 다시 재사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 것도 재밌는 포인트다.
페르소나는 skool Luv affair라는 곡을 샘플링 해 만들었으며 섀도우는 O!RUL8,2?, 에고는 2 cool 4 skool의 음악 소스를 차용했다.
재밌는 점은 시간을 역행해 데뷔 초 앨범까지 왔다는 것이다. 새로운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내는 곡들을 번갈아 듣으며 새롭게 바뀐 곡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방탄소년단 map of the soul 앨범의 큰 주제와 이번 앨범의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더욱 성숙해진 목소리와 퍼포먼스는 세계의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앨범은 10개월만에 나오는 정규 앨범으로 듣자마자 정말 엄청난 공이 들어가 있다 느낄 정도로 풍성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지금 바로 당장 당신의 플레이 리스트에 수록곡까지 꽉꽉 채워서 듣기를 바란다. 앞에서 소개한 차밍포인트들을 곱씹으며 듣는다면 3시간은 순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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