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가 벌써 크리스마스이다. 딱히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에는 항상 케이크를 먹었다. 초를 꽂아도 노래 부를 수 있지도 않은데... 그냥 크리스마스니까! 이번 크리스마스 날에는 여행을 갈 예정이기에 미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었다. 이번엔 어떤 걸 만들까 고민하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티라미수 케이크'로 정했다!
티라미수 케이크는 이탈리아 정통 케이크이고, 이탈리아어 ‘Tirare mi su’ (나를 끌어올리다)에서 유래된 명칭이라고 한다. 부드럽고 달콤한 티라미수 케이크를 먹어 나의 기분을 끌어올린다는 말인가? 티라미수 케이크를 한입 먹으면 세상 행복해지니, 그런 뜻으로 붙인 이름 같다.
보통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 먹으면 케이크 시트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건 이탈리아 정통 방식이 아니다. 정통 방식은 시트 대신 레이디 핑거 쿠키로 만든다. 레이디 핑거 쿠키는 사보이아르디라고도 불리는 손가락 모양 쿠키이다.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된 티라미수의 본 고장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나는 레이디 핑거 쿠키도 직접 만들었다. 귀찮다면 레이디 핑거 쿠키를 따로 구매해도 된다. 그치만 그 과정이 귀찮다면 홈베이킹할 자격이 없는 것..
레시피 서칭도 정말 중요하다. 어떤 레시피를 따라 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많은 서칭을 통해 내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찾았다. 레이디 핑거 쿠키 레시피와 티라미수 케이크 레시피 모두 꿀키님 레시피로 만들었다.
아래는 꿀키님 유튜브 링크이다. 이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
#레이디핑거쿠키레시피
계란 4개, 박력분 80g, 설탕 100g, 바닐라익스트랙, 슈가파우더
#티라미수케이크레시피
커피시럽(에스프레소 1컵, 설탕 1숟가락), 계란 노른자 4개, 설탕 100g, 깔루아 2숟가락, 마스카포네 치즈 500g, 생크림 200g, 레이디핑거 15-20개, 코코아파우더
나는 에스프레소랑 깔루아가 없어서 에스프레소는 이디야 아메리카노 4봉지로 진하게 만들었고, 깔루아 대신 바닐라익스트랙을 넣어서 비린내를 잡아주었다. 그리고 티라미수 케이크에 설탕은 슈가파우더로 대체했다.
먼저 레이디 핑거 쿠키 재료 준비 완료! 재료는 간단하다. 계란은 미리 실온에 두워 찬기를 빼주었다.
흰자를 큰 볼에 담아 핸드믹서를 사용해 중속으로 휩을 살짝 해주었다. 럭셀 핸드믹서 기준 8.
내가 사용하는 핸드믹서는 럭셀 핸드믹서 300w이다. 힘이 세서 휩이 잘 된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무겁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사용하기에는 엄청 무겁지도 않고 휩하기에 적당한 무게감이었다. 참고로 나는 힘이 세진 않다.
살짝 휩한 계란 흰자에 설탕을 3번에 나눠 넣으며 중고속으로 휘핑하여 머랭을 만들었다. 럭셀 핸드믹서 기준 12. 나는 집에 흰설탕이 없어서 황설탕을 넣었는데 쿠키 색이 진해지니 흰설탕이 있다면 흰설탕을 넣는 것이 좋다.
이 정도 해줬는데 이걸 만들고 학원 가서 머랭 만드는 것을 배웠는데 더 했어야 했던 것 같다. 이 정도는 머랭 올리는 거 80%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내 쿠키가.... 머랭을 만들 때 저렇게 자국만 나지 않고 머랭에 뾰족한 뿔도 생겨야 단단한 머랭이 된다. 머랭이 다 되었다 생각되면 저속으로 기포를 정리해준다.
주걱으로 벽 부분을 긁어 가운데로 모은 뒤 바닐라익스트랙을 뿌려주었다. 바닐라 익스트랙은 계란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근데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몰라서 이 정도면 계란 비린내가 안 나겠지 하는 정도로 뿌려주었다.
그 위에 계란 노른자를 넣고 핸드믹서 중고속으로 섞어주었다. 럭셀 핸드믹서 기준 12.
노른자가 잘 섞였다. 노른자를 넣으니 반죽이 노란빛이 돈다. 이쁘다.
박력분은 체 쳐서 넣는다.
주걱으로 머랭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날가루가 보이지 않도록 섞어준다. 이때는 11자로 섞고, 중간에 아래에 있는 반죽을 들어 올리며 골고루 조심조심 섞어준다.
짤주머니에 반죽을 3분의 2 정도? 채워준다. 너무 많이 채우면 짜기 불편하니 짤주머니의 반에서 최대 3분의 2까지만 채워준다.
팬에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손가락 크기로 길게 짜준다. 음.. 짜는 순간 느껴졌다. 반죽이 묽었다. 좀 더 되직해야 하는 것 같은데... 휘핑을 더 했어야 했나? 아니면 가루를 더 넣었어야 했을까. 뭐가 문제일까.. 반죽이 묽으니 짜는 순간 옆으로 퍼져서.. 얇고 옆으로 퍼진 형태였다. 그래도 그냥 구워보았다.
밑부분에 빈 공간은 온도계 놓을 공간을 비워둔 것이다.
반죽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려주었다. 아까 박력분 체 쳤던 것처럼 체 위에 슈가파우더를 놓고 체 치며 뿌려준다. 처음 뿌린 뒤에 반죽이 슈가파우더를 흡수하는데, 흡수한 뒤 한 번 더 뿌려준다. 슈가파우더를 뿌리면 겉표면에 크랙이 생긴다. 마치 다쿠아즈 처럼.
꿀키님은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5분간 구워준다고 하셨는데, 나는 오븐이 세서 12분 정도 구워줬다. 나의 오븐은 위즈웰 오븐 48L이다. 온도계랑 같이 넣어서 온도 체크를 수시로 해주었다.
오오.. 신기하다. 겉표면에 크랙이 이쁘게 생긴 레이디 핑거 쿠키 완성!
황설탕을 넣어서인지, 온도가 높아서인지, 생각보다 조금 진한 색이었지만 그냥 먹어봐도 맛있는 레이디 핑거 쿠키였다 :) 여기서부터 성공적인 티라미수 케이크 만들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 유산지에서 잘 안 떨어지는데 식기 전에 떼어내면 부서질 수 있으니, 한 김 식히고 떼어내주었다.
손가락 모양 같은가? 손가락에 저런 크랙이 있다고 생각하니 좀 징그럽긴 하다.. 쿠키라고 생각하면 이쁜 크랙 쿠키인 것을.. 좀 묽어서 얇게 구워지긴 했지만, 처음 만들어본 건데 이 정도면 만족한다.
쿠키가 얇게 되어서 나는 60개 정도 나온 것 같다.. 머랭을 더 해줬으면 개수가 더 줄었을 것 같다.
마스카포네 치즈로 케이크 사이사이에 넣을 크림을 만들어보았다. 재료 준비 완료!
볼에 계란 노른자 4개를 놓는다. 계란은 당연히 실온에서 찬기를 뺀 후 사용한다.
슈가파우더도 넣어주고. 슈가파우더가 없다면 설탕을 사용해도 좋다. 슈가파우더는 설탕을 곱게 간 것이라 잘 녹는데, 종류에 따라 전분이 섞여있기도 한다. 나는 전분이 포함되지 않은 100% 설탕으로 만든 슈가파우더를 사용했다.
깔루아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계란 비린내를 잡고자 바닐라익스트랙을 넣고 중탕으로 섞어주었다. 중탕을 할 때 끓는 물에 하면 노른자가 익으니 끓었던 물에 해야 한다. 노른자는 50도가 넘으면 익는다.
중탕으로 잘 섞어주었다. 근데 뭔가 살~짝 익은 것도 같다.. 뭐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500g 계량해주었다. 이렇게 생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게 들어가야 그렇게 맛있어진다던데.. 다른 치즈보다 비싼 마스카포네 치즈.
마스카포네 치즈는 꾸덕꾸덕하니 핸드믹서로 부드럽게 잘 풀어준다. 럭셀 핸드믹서 기준 3.
잘 풀어주었다면 생크림을 넣고 휘핑해준다. 나는 럭셀 핸드믹서 기준 12로 휩해주었다.
어느 정도 해줘야 하지 했는데 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 생크림같이 될 때 중지했다. 핸드믹서에 보면 저렇게 뿔이 성나있다. 너무 많이 하면 분리될 수 있으니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
이때 맛을 봤는데 읭? 했다. 뭐가 맛있는 거지? 그냥 치즈 맛이었다.
그 위에 아까 만들었던 노른자+슈가파우더 넣고 주걱으로 잘 섞어주었다. 이때도 11자로 섞으며, 밑부분도 들어 올리고 조심조심 잘 섞어준다.
오오.. 색이 엄청 이쁘다! 이때 다시 맛을 봤는데, 색만 이쁜 게 아니라 맛도 진짜 장난 아니게 맛있다. 와.. 이건 진짜 대박이다! 그냥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 때도 이렇게 해서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이제 준비된 재료들로 케이크 형태를 만들 차례. 틀 없이 그냥 만들려다가 그럼 크림이 다 흘러내릴 것 같아서, 무스 틀에 하기로 결정!
케이크 박스는 1호뿐이 없는데, 집에 있던 무스 틀은 2호인 것 같다.. 좀 크다. 그래도 케이크 받침 안에 다 들어가니 그냥 진행했다. 무스 틀 밑으로 크림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 밑에는 랩을 씌웠고, 무스 틀 안에는 무스 띠를 둘렀다.
에스프레소가 없어서 이디야 아메리카노 4봉지랑 물 조금 섞어서 사용했다. 진한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이지 않을까?
에스프레소에 만들어 식혀둔 레이디핑거 쿠키를 담근다.
앗, 사진 찍느라 너무 오래 담갔다... 쿠키가 사르르 녹는 쿠키라서 금방 적셔지니 살짝 담갔다가 꺼내야 한다. 저렇게 다 스며들면.. 너무 질퍽해진다.
내가 만든 레이디핑거 쿠키는 얇게 돼서 쿠키를 2겹으로 채워 넣었다. 에스프레소를 머금은 레이디핑거 쿠키들. 원형 무스 틀 말고 사각형 무스 틀에 하면 더 이쁠 것 같다.
위에 크림을 잔뜩 얹어주고, 나름 평평하게 만들어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넣어야 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 파는 케이크처럼 크림이 많지 않다.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되려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넣어주기.
그 위에 다시 에스프레소에 적신 핑거 쿠키 채우기. 이번에도 두 겹으로 채워주었다. 쿠키가 얇은 게 걸린다. 원형에 차곡차곡 쌓아주었다.
위에 크림 잔뜩 얹기. 느끼하지도 달지도 않아서 많이 먹어도 맛있는 크림이니 많이 넣어도 정말 맛있다. 남은 쿠키들을 남은 크림에 찍어 먹어봤는데, 오오 이렇게 먹어도 맛있었다! 남은 쿠키는 찍어 먹어 없애버렸다.
위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서 마무리해주었다. 티라미수 케이크 완성!
스텐실이 집에 없어서 하진 못했지만 크리스마스 느낌 나게 스텐실로 꾸미면 더욱 느낌 날 것 같다. 그리고 무스 띠를 원하는 높이로 맞출 걸 그랬다. 띠가 살짝 나오는 게 아쉽다. 다 만들고 나니 아쉬운 거 투성이.. 그래도 맛만 있으면 됐지 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를 내 손으로 다 만들다니! 몸은 좀 피곤해졌지만 뿌듯했고, 기분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역시 맛있는 레시피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맛있는 레시피도 한 번에 찾고, 맛있게 잘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성공이다 :)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도 성공했으니,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더 행복한 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미리스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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