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죽과 나는 더러 의미 없는 이상한 대화를 많이 하곤 하는데, 어김없이 그런 대화를 나누던 중 "나를 차버린 남자들은 다 망해야 해"하며, 누군가 불씨를 피웠다. 그 후로 한참이나 그 주제로 수다는 이어졌었다. 그 얘기가 나온 후,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남복이 지지리도 없었다. 물론 내가 그만큼 별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나를 되돌아봤을 때, 나는 그렇게 구리지 않았는데. 뭐. 남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고 보니 나름 '짝사랑 전문가'였던 나 답게 오늘은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일명 '나의 짝사랑 여정기, 나를 차버린 남자들' 되시겠다.
사실 나는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한, 주류 여성은 아니다. 너무 솔직한가? 아무튼 이건 팩트이다. 지나간 내 삶이 이걸 증명해주고 있으니…빼박캔트. 이런 이유 때문인지 연애 경험도 많지 않고, 인기 많을 법한 스타일도 아닌데 또 나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서 이 사람은 저래서 별로, 이 사람은 이래서 별로. 아무튼 노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저 확고한 남성상은 이미 어느정도 가까운 상황에서 상대방을 좋아해버리면 정말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이 말도 안되는 '나만의 스타일'은 주로 소개팅을 할 경우에 많은 영향을 미쳤었다. 솔직히 소개팅으로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 그래서 말도 안되는 ‘나의 스타일’을 내세웠던 것 같다.) 그랬다. 나의 짝사랑 여정기는 항상 가까운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오늘은 살면서 제일 순수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하고 구질구질했던 짝사랑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짝사랑을 한번씩 해 본 여성들은 공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짝사랑을 해서 한번도 잘 된 전례가 없다. 상대방이 나를 너무 친구로만 생각했거나, 어장이었거나, 그냥 술 먹고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거나. 대표적으로 분류해보면 이렇게 분류해 볼 수 있겠다. 모든 20대 후반~30대의 남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저런 개같은 경우들을 겪은 후에 나는 더 이상 누구를 온 힘을 다해 좋아하지 않는다. (쌍방이 아닌 일방적인 경우)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가. 이 사람이랑 잘 될 수 있을지 없을지.그 사람에게 너무 푹 빠져 온 힘을 다하면 내 스스로가 감당이 안된달까?
나의 첫사랑은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 불쌍했다. 애초부터 '나는 얘가 좋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낌적으로 알았기 때문일까? 그저 좋아서 그 사람의 주의를 맴돌았다. 뱅뱅. 내가 좋아하는 티를 내면 친구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웠다. 어차피 다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건 나중에 주변 친구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다.) 첫사랑하고 건축학개론 본 사람 있나? 이제훈의 연기를 보며 폭풍 눈물을 흘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도 건축학개론 노래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난다. 이제훈이 고백도 못해보고 끝난 건축학개론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아서 마음에 매우 와 닿았다. 결국엔 나 또한 고백도 못해보고 그 아이가 나를 조금씩 피하면서 내 첫사랑은 슬프게 막을 내렸지만. 어차피 끝날 꺼 고백이라도 해볼 걸 그랬다.
내가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남자는 내가 살면서 제일 힘든 시기에 한 쪽 어깨를 내준 사람이었다. 첫 직장은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와 더불어 상사들의 핍박, 무시, 뒷담화 등이 함께 동반한 25살의 내가 견디기엔 너무나 고달픈 곳이었다. 그 남자는 이런 회사에서 나에게 유일하게 위로가 되 준 사람이었다. 울고 있으면 위로해주고 같이 술 마시며 욕해주었던. 그 사람에게 나는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존재로 관계가 끝났지만. 사람이 참 웃긴 게, 정말 나쁜 남자인데 그 위로가 뭐라고 아직까지도 그 추억에 빠져 있는 지. 이 남자를 잊는 건 정말 힘들었다. '가장 힘들 때 마음을 보듬어 준 사람' 이라는 게 아직도 추억을 회상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온 마음 다해서 좋아했고, 내 마음도 충분히 표현했기에 후회는 없다. 하...ㅈㄴ사랑했는데...
항상 나는 감정을 끝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데 볼 수도 없고 연락할 수도 없다니! 그래서 나는 여자들이 한다는 다양한 실연 극복 방안을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1. 과음
20살 때는 술을 마셨다. 미치도록 마셨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도 술을 미치도록 마셔봤는데…이게 문제는 술을 많이 마시면 (상대방이) 생각이 난다. 정말 큰 문제다. 만약 상대방과 같이 술을 많이 마셨었다! 하면 더 생각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전화기에 손이...결론은 비추. 아! 그리고 나는 '남자는 남자로 잊는다'라는 말은 새로 만나는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정말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잊어진다는 건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만나게 되면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에 더 우울하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2. 과식
사실 과식과 과음을 같은 바운더리 안에 넣고 봐도 될 듯한데…미치도록 과식을 했던 적도 있었다. 거의 매일을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었는데, 돈도 잃고 건강도 잃는다.
3. 슬픈 노래 들으면서 울기
아니 왜 짝사랑만 하면 그렇게 노래 가사가 잘 들리는지. 위의 플레이리스트들은 내가 그들을 떠나 보내면서 들었던 노래들이다. 가사를 잘 들어 보시 길. 심규선의 ‘부디’ 이 곡을 들으면서 많이 울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심규선 님의 대부분의 노래는 내 마음을 울렸는데, 가사 하나하나가 주옥 같았기 때문이다. 어쩜 실연당한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도 잘 표현해 내시는지! 이 언니... 짝사랑 전문가가 분명하다. 이런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내가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이 느껴진다. 펑펑 울고 나면 진이 빠져서 마음이 좀 후련하다.
4. 내가 가장 추천하는 '바쁘게 살기'
자격증을 따거나, 친구들을 많이 만나거나. 어찌 되었든 바쁘게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서서히 잊을 수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약속을 무진장 많이 잡아서 생각할 틈이 없게 만든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 과음을 하면 또 생각나니까! 과음하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보자.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학원을 등록해라. 그러면 학원 다니고 숙제 하느라 바쁘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잠시 생각이 나서 우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자연스레 그 마음이 줄어든다.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카톡 어떻게 보낼까 마음 졸이며,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까 잔머리 굴리는. 물론 쌍방이라면 아름다운 결말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닌 혼자만의 마음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조금 관심 가는 사람이 있어도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전의 짝사랑들이 반복되는 것이 싫어 그 마음을 더 진전시키지 않게 되었다. 내가 상처받기 싫기에… 앞으로의 내가 또 누굴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제는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닌 쌍방이 되고 싶다.
그래도 나를 놓친 너희들은 망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여자를 어디서 만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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