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주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슈니다. 내가 드라마 정주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서. 한번 빠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 때문에 드라마 정주행을 할 때마다 매우 힘들다. '응답하라 1997'은 하루 만에, ‘나쁜 녀석들’은 이틀 만에. ‘나인’은 삼 일 만에 정주행을 다 끝내버렸다. 나는 한번 정주행을 시작하면 밤을 새워서 보게 되는데, 이 밤샘 덕에 바이오리듬이 다 깨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일주일 내내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 피곤함을 너무도 잘 알기에. 웬만하면 드라마에 깊이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놈의 코로나가 문제다. 그 좋아하던 카페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넷플릭스, 왓챠를 돌려가며 드라마를 보는 것밖에 없었다. 세상의 온갖 드라마는 다 보는 십년지기 친구 히죽이는 나의 드라마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나에게 추천하는 건 이미 ‘아, 이건 슈니 스타일이다’라고 여기는 것들이기에 믿고 볼 만 하다. 이런 그녀가 1년 전부터 나에게 추천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19년 3월부터 5월까지. KBS에서 방영한 ‘닥터 프리즈너’다.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신개념 감옥X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
감옥X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라니! 너무나 내 취향이다.
닥터 프리즈너는 왓챠에 올라와 있다. 히죽이는 무려 나에게 왓챠 아이디까지 공유해주며 꼭 보라고 강요(?)했다. 그렇게 또 드라마 지옥에 빠지고 말았다. 3일 동안 새벽 3시에 잠들고 나서야 정주행을 끝냈다.
닥터 프리즈너는 포스터부터가 범상치 않은 드라마임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권력을 가지고 암투를 벌이는 의사와 대기업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기 때문. 포스터의 느낌처럼 밝은 느낌의 드라마는 아니다.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들과 다른 점은 스토리가 '교도소'를 배경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난생처음 보는 감옥X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이다. 그뿐만 아니라, 끝까지 알 수 없는 스토리 구성이 재미를 더한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것도 신기한데 ‘형집행정지’를 주제로 삼은 것 또한 독특했다.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배경이 나와 특이해서 처음부터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었다.
형 집행정지제도는 형사소송법(제471조)에 의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에는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게 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말 그대로 기가 빨린다. 등장인물들의 암투가 중점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긴장감이 시청자의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숨죽이며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그 와중에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 이 드라마의 악역인 ‘이재준(최원영 배우)'이 너무 소름 끼치고 무섭다. 후덜덜
주인공인 '나이제'는 본래 선한 의사였는데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 음모의 배후에 복수하기 위해 흑화한 의사 역할을 맡았다. 남궁민 배우 특유의 똑똑하고 냉철한 연기에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이 드라마를 안 봐서 몰랐는데, 연기대상에서 남궁민이 아무런 상도 못 받았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더라.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또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다. 개인적으로는 태강 병원 이사장으로 나오는 모이라 이사장 역의 진희경 배우의 카리스마가 가장 인상 깊었다.
등장인물이 대부분 카리스마 있고 사건 자체도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드라마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기 빨리는 스토리만 나오면 힘드니까 중간중간 귀여움도 첨가가 되어 있다. 바로 정 검사-오 여사 커플과 태강그룹 둘째, 이재환이다.
최근 SBS ‘펜트하우스’에서 로건리 역할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 박은석이 연기한 '이재환'은 드라마 초반에는 아주 개망나니로 등장한다. 실제로 이재환 때문에 나이제의 환자가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캐릭터가 빌런 중 하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재환이 반성도 하고, 나중에는 나이제의 조력자가 되어 극을 이끌어간다. 교도소 안에서 이재환의 꽤 귀여운 장면이 자주 나왔다.
또 하나의 귀여움 포인트는 바로 정 검사와 오 여사 커플이다. 처음에는 만나면 티격태격하더니 정이 든 탓일까. 무뚝뚝하던 정 검사가 오 여사를 만나면서 '츤데레’매력을 뿜뿜 보여줬다. 마지막엔 오 여사를 위해 검사직을 내려놓는 스윗함까지.
너무나 재미있었던 드라마지만, ‘의사’가 주인공인데 사람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고 ‘형집행정지’로 권력 싸움에 앞다투는 모습이 주로 펼쳐진 게 아쉬웠다. 의사들이 이 드라마를 봤을 땐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게 픽션인 걸 알고 있지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었고.
권나라 배우가 연기한 ‘한소금’이라는 캐릭터 또한 주연인데 약간 애매한 포지션이지 않았나 싶다. 약자로만 그려진 느낌이랄까? 이 부분도 약간 아쉬웠다.
또한, 약간의 열린 결말이라 꽉-닫힌 결말을 좋아하는 나 같은 시청자들에겐 조금 찝찝한 결말이었다.
최근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국내외 OTT 서비스의 이용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심심하고 우울한 시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집콕하며 가족들과 드라마만 보고 있다면, 오늘은 닥터 프리즈너를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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