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속이 답답하기도 하고 푹 쉬고 싶은 욕구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슝슝이다. 화창한 가을 날씨 덕분에 어디론가 떠나 자연을 듬뿍 느끼고 싶어졌다. 전에 어디에선가 봤던 강천섬이 문득 떠올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중고로 원터치 텐트와 캠핑 의자를 구입했다. 그리고 바로 강천섬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수원에서 여주 강천섬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이기에 일요일이지만 당일치기로 망설임 없이 떠날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한가로운 풍경의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아침 9시 30분쯤 출발해 강천섬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내비게이션 도착지를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길 88로 설정하면 강천섬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원래 목적지가 공사 중인지, 거의 다 도착해서는 주차장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주차장이 매우 넓어서 초보운전인 나도 무리 없이 잘 주차할 수 있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다면 무조건 주차장 제일 안쪽에 주차하길 바란다. 주차장에서 강천섬 내부까지 걷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고로 섬 안까지 차량 진입은 안되기 때문에 짐이 많다면 카트나 웨건이 필수다. 뜨거운 가을 햇볕에 무거운 짐을 들고 걷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집에서 쓰는 장바구니를 미리 챙겨갔지만, 10분이 30분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꾹 참고 잔디광장을 향해 걸었다.
2021년부터 낚시, 야영, 취사 등의 행위가 금지되었다. 강천섬 방문 시 주의하기 바란다.
강천섬은 캠핑장이 아니기 때문에 방문객들의 배려와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강천섬에 머물며 발생한 모든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취사는 가능하지만 모닥불(장작) 금지된다. 설거지를 할 개수대도 없으니 미리 준비를 잘 해가야 한다. 나 또한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봤기에 쓰레기봉투(음식물, 일반)와 간이 설거지를 위한 물티슈, 키친타월을 챙겨갔다.
들어서자마자 보인 아주 넓은 잔디밭에는 이미 색색의 텐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덥고 힘들지만 설레는 마음이 아주 커졌다. 한 바퀴 둘러보고 텐트 칠 자리를 정하고 싶었는데, 사진에서도 느껴지듯이 9월의 낮은 굉장히 뜨거웠다. 짐을 들고 멀리 가지 못해 잔디광장 입구 근처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 잡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아주 시원했다.
아침도 안 먹고 온지라 친구들과 모이자마자 음식을 해먹었다. 가스버너를 이용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고기와 가지, 양파, 버섯을 구웠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후식으로 샤인 머스캣까지.... 사실 맥주가 엄청 생각났는데, 운전해서 돌아가야 하기에 애초에 사지 않고 탄산음료로 아쉬움을 달랬다.
밥을 먹고 다들 늘어져 누워있다가 강천섬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강천섬은 넓은 잔디밭도 유명하지만, 독특하게 생긴 나무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진 길도 유명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 초록빛 잔디를 밟으며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 된다.
입구에서 10여 분을 걷다 보면 화장실이 나온다. 여자화장실은 2칸이고 세면대가 있다. 물이 부족하면 세면대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화장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거나, 설거지가 금지되어 있으니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그 옆쪽으론 거품식 간이 화장실이 있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생각보다는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휴지는 개별적으로 챙겨가자.
강천섬은 강아지도 함께 할 수 있다. 물론 목줄은 필수고, 응가도 잘 치워야 한다. 강천섬에서 굉장히 많은 강아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넓은 잔디밭에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고, 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친구네 강아지 싱코와 함께 해서 더더 더욱 행복했다.
한 바퀴 돌고 텐트로 돌아와 해지는 강천섬 풍경을 감상했다. 당일치기 캠프닉이기도 하고, 랜턴 따위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철수하기로 했다. 먼저 텐트를 접고 쓰레기를 다 치우고 잠시 앉아 해지는 강천섬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잔디밭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찬찬히 걸음을 옮겼다. 낮에 땀 뻘뻘 흘리며 걷던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만난 남한강이 흐르는 풍경에 또 발걸음이 멈춰진다. 낮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음번엔 강변에 자리를 잡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불편한 점은 있지만 백 점짜리 강천섬 풍경과 함께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강천섬으로 떠나고 싶다. 내년 봄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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