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금요일에 예-전에 예매해두었던 케이월드 페스타 개막식 2일 차 공연을 갔다 왔다.
<한류의 시작 K-POP과 K-DRAMA, 더 나아가 K-STAR, K-STORY까지! 진정한 K-FAN들만을 위한 K-CULTURE의 다양한 면모를 실현할 단 하나의 BIG EVENT>라고 공식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지만 나는 케이팝을 중심으로 열린 축제라고 이해했다. 개막 1, 2일차, 소리바다 어워즈, 폐막공연까지 합해서 2주 정도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트로트, 힙합, 밴드, 뮤지컬, OST 등의 공연을 하는데 공연 말고는 딱히 다른 콘텐츠가 없는 축제였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축제는 처음인데’ 하는 궁금함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 올림픽공원 중에서도 체조경기장, 올림픽홀, 한얼 광장, 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들이 진행됐고 온갖 문화 장르는 다 모아 놓았네 싶은 공연 라인업에 무슨 공연을 갈까도 고민 중의 하나였다.
나는 그중에서 내가 보고 싶은 가수가 많은 개막식 2일 차 공연을 예매했다. 예매는 2차로 이루어졌다. 1차는 공연마다 시간을 달리 오픈하면서 가장 먼 구역, 예를 들면 체조경기장 3층 정도의 구역만 오픈했고 한 달 정도의 텀을 두고 2차로 남은 플로어와 구역들을 오픈했다. 대부분 하나 티켓에서 오픈됐고, 간혹 인터파크도 같이 오픈된 공연도 있었다. 너무 아쉬웠던 점은 1차 티켓팅때 공지가 제대로 안 되었던 점이었다. 처음 공지했던 시간에 맞추지 못해 결국 일주일 정도 뒤로 시간을 미뤄졌는데도 어느 구역이 오픈되는지 설명이 없었고 2차 오픈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설명이 없었다. 심지어 좌석 배치도까지 안 나왔었는데, 준비를 이토록 안 하고 하는 축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불쾌했다.
올림픽공원은 워낙 공연이 자주 열리는 곳이고 나는 도대체 몇 번 가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족히 10번은 넘었겠고 올림픽공원에 있는 모든 공연장을 다 가본 것 같다. 최근엔 9호선이 뚫려서 가는 교통편이 훨씬 좋아졌다. 맨날 5호선과 8호선의 지옥의 굴레에 헷갈리기도 많이 헷갈렸었는데... 개막 2일차 공연은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올림픽공원역에 도착(종합운동장역이랑 헷갈리면 안 됨. 거긴 잠실 실내 체육관, 주 경기장 등이 있음)해서 엄지손가락 모양의 이상한 조형물을 지나 다리를 건너 쭉 일자로 걸어가다 보면 큰 공터(한얼광 장이라고 부르는 듯)가 나오고 체조경기장이 보인다. 체조경기장은 만 석 정도의 규모고 우리나라 실내 공연장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다. 큰 규모에 비해 어느 구역에서나 시야가 괜찮은 편이라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젤 좋아한다.
한얼 광장에 공연때면 항상 티켓박스 부스 – 굿즈 부스 – 물품보관 부스 정도를 천막으로 세우는데 컨테이너로 된 부스들이 보여 잠깐 구경을 해봤다. 그래도 신경을 썼네! 라고 현장에 가서 조금 느껴진 지점이 여기였다. 그곳은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몇몇 음식을 파는 부스들과 포토존 같은 부스, 인포메이션 부스, 이벤트를 진행하는 부스들이 있었다. 그리고 스탠딩 줄 서는 곳도 천막으로 세워놨는데 더운 날씨에 대기할 관객을 배려해 대형선풍기? 들이 천막 안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걸 보고 마음속으로 고개 끄덕임x40은 한 것 같다. 드디어 안내를 받고 플로어 입장을 하는데 체조경기장은 들어가자마자 플로어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2층이 기본이기 때문에 입장해서 한층 내려가야 플로어로 입장 할 수 있으니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입구로 무작정 들어가면 안 된다. 무사히 들어와 앉은 내 자리의 시야를 보자마자 개.꿀. 혼자 신났다.
공연의 MC는 권율과 수영이 맡았다. 특이했던 게 공연 시작 전 탈출구를 알려주고 비상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경호업체에서 설명해주던 점이었다. 물론 당연히 해줘야하는 게 맞는데 여태껏 잘 안 되고 있었던 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설명해주니 좋았고 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요즘 대부분 이렇게 공연 전에 자세히 안내해주는 것 같다고 해서 흡족.
공연은 아티스트들 몇 빼고는 다들 2곡을 쉼 없이 연달아 공연하고 인사도 없이 무대를 내려가는 식으로 공연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인사는 시켜줘 싶었는데 뜸 없는 게 쾌적한 것 같기도 하고 공연도 9시 30분쯤 끝나 집 갈 때 부담이 적으니까 나름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더 보고 싶은 가수들도 있었고 2곡도 좀 적었다고 생각하고 그 점이 몹시 아쉽긴 하다. 내가 갔던 날 공연은 특히 아이돌라이브앱으로 생중계가 되고 있어서 현장에 온 메리트가 좀 더 떨어진다는 생각도 했다. 현장에서 한 곡 더 해주거나 말을 더 들을 수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정말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선 이 공연을 오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축제였다. 현장에서 부스를 헤맬 일도 없어 보였고 안내 요원들도 빠르게 일하고 있었다. 공연들도 딱 할 것을 하고 빠지는 느낌, 미련없는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그만큼 즐길 게 부족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축제가 아니었나 생각도 한다. 축제라기보다 공연들을 묶어놓은 릴레이 공연이 아닌가 싶었고 공연이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이 축제의 현장에 갈 일이 있을까? 다음번엔 현장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공연 간이나 콘텐츠들 간의 연관성도 고려해서 이벤트도 진행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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