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는 어떤 한 가수의 음악이 꽂혀버리면 그 사람의 배경까지 파해지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이런 유니의 레이더망에 걸린 자가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슈퍼스타 K 시즌 3 준우승자 '샘김'이다.
온 국민의 가슴속 깊은 가수의 꿈을 일깨워 준 슈퍼스타K 시즌 3의 방영 당시 나는 샘김에 집중하기보다는 권진아의 음색에 끌려 본방사수를 하던 사람이었다. 샘김이 준우승을 했을 때도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정도의 관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유니에게 샘김은 화려한 데뷔로 No 눈치를 부르며 다가왔다. 눈치 없던 나는 뒷북을 둥둥 치며 샘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됐다.
처음부터 목소리를 긁으며 집중을 확 시키는 'No눈치'는 샘김의 데뷔 앨범 'I AM Sam'의 타이틀곡이다. 슈퍼스타K 준우승자답게 샘김은 슈퍼스타K 시즌 5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샘김은 이 곡으로 내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줬다. 리드미컬한 기타의 소리와 이전과는 다른 성숙해진 무대매너를 다 갖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리디 어리기만 했던 소년의 모습과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 그 중간의 아슬아슬함이 더 이 곡을 섹시하게 느끼게끔 만든다.
데뷔 무대에서는 'No눈치'의 랩 부분을 피처링한 크러쉬가 나와 더욱 무대를 꽉 채웠다. 일화를 하나 얘기하자면 안테나의 수장인 유희열이 크러쉬에게 'No눈치'를 들려주며 랩을 얹어줄 사람을 추천해달라 했는데 크러쉬 본인이 하겠다고 선뜻 나섰다고 한다. 크러쉬를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탄탄한 음악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 같은 그루비한 음악은 기타를 치면서 살랑살랑 리듬을 타는 모습이 잘 보여야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있는데 샘김은 정말 이 곡에 푹 빠져서 기타를 치면서 즐겁게 노래한다. 정말 핫가이가 따로 없다. 음악평론가 김성대는 샘김의 음반을 듣고 18세 싱어송라이터의 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노래는 샘김 그 자체다.
기타를 두둠칫 하고 두들기는 핫가이 샘김은 이런 그루비한 음악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특기인 기타의 선율을 살려 달콤한 꿀에 절여진 레몬 같은 노래도 들려주기도 한다. '좋아하나 봐'는 우연히 팬이 만든 영상으로 접해 반나절을 찾아다닌 곡이다. 광고에 삽입된 CM송이라 음원사이트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유니의 애를 태운 곡이다.
영상을 보면 샘김의 몰골이 왜 그런가 싶으실 것인데 저 날 라디오에 지각할까 봐 등산 후 바로 씻고 머리를 말리지 않고 온 모습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오히려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만든다고 할까. 아침에 일어나 기타를 잡고 세팅도 안한 자연인 모습 그대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상황을 상상하게끔 만든다.
거기다가 샘김의 녹아내릴 듯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갑자기 핫가이가 꿀벌가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분신 기타의 핑거스타일 주법(기타로 멜로디는 물론 두들기거나 때리고 튕기며 리듬을 만들어내는 연주법)으로 전혀 비지 않는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라이브로 이 정도의 공간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그는 천재가 아닐 리 없다.
샘김에게 정확히 꽂히게 된 계기는 'SUN AND MOON' 앨범이 발매되면서부터이다. 이 앨범은 샘김이 전곡을 작사, 작곡했으며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고 한다. 노래 한 곡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멀티플레이어 샘김의 능력이 돋보이는 곡들도 편성되어 있는데 그 스펙트럼도 알앤비, 재즈, 힙합, 어쿠스틱까지 매우 다양하다. 장르를 넘나드는 샘김의 음악 스펙트럼은 앞으로도 이 청년이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거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중 눈여겨볼 곡은 '무기력'이다. 샘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말한 무기력은 샘김의 어두운 면모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샘김은 무기력이란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다. 회사 사람과 얘기하다 자신의 상태가 무기력증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이런 상태에 대해서 어떤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을 겪었을 것이다.
음악이 좋아 기타를 치고 커버 곡을 부르던 소년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이야기를 담은 곡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에게 설렘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했을 것이다. 천재 싱어송라이터라 불리는 그에게도 슬럼프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때의 무기력감, 그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곡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의 유튜브 댓글에는 이런 뉘앙스의 댓글이 많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들으며 힘을 냈어요."라고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수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샘김에게 입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는 기타라는 악기를 중심으로 팔레트에 색을 덧칠하듯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고 있다. 샘김의 나이는 이제 23살, 앞으로 무궁무진한 도전과 새로움으로 무장한 곡들을 선보일 것이다'. SUN AND MOON' 쇼케이스에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자, 샘김은 "저만의 색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나중에는 훌륭한 선배님들 혹은 그 나이쯤 됐을 때 후배들과 계속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다. 당돌한 솔직함으로 뭉친 이 패기 넘치는 소년이 나에게 들려줄 음악은 어떤 모습일지 계속해서 주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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