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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빨은 안 썩을 줄 알았지(부제: ‘인레이’ 충치치료 후기)

LIFE

by 오즈앤엔즈(odd_and_ends) 2020. 3.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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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에 자부심이 있었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단 음식을 그렇게나 좋아하는데도 충치 하나 없었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사랑니 외에는 치과 한번 가본적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치과 치료가 얼마나 무섭고, 아픈지에 대해 영웅담을 쏟아낼 때마다, 나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때문에 튼튼하고, 잘 썩지 않는 치아를 나의 유전적 특장점 쯤으로 여겨왔다. 무척이나 어리석게도.
 

 

▲(사진= 픽사베이)

 


얼마 전, 오른쪽 아래 어금니 잇몸이 부었다. 아프진 않지만 지끈지끈하니 어쩐지 불편했다. 마치 잇몸에 음식물이 낀 것 같은 찝찝함이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고, 잇몸 염증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후 치아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건 2주쯤 지났을 무렵이다. 잇몸에서 느껴졌던 불편함은 더욱 심해졌다. 간헐적이지만 분명 통증도 있었다. 그럼에도 “치과를 가야지”라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삼겹살을 씹는데 이마를 찌푸릴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아, 이거 썩은 거구나” 라고.
 

 



결국, 그날 스스로 집 근처 치과를 찾았다.

 

 

치대생 브이로그: 충치의 진행과정을 알려드립니다. |일반인을 위한 치과상식 _ 치아모아

 

 

 

#이럴 줄 알았으면 치과보험이라도 들어 놓을 걸

 


‘위잉-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각종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쇠붙이 소리들. “분명 입안에서 저 기계들이 작동하겠지?”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X-Ray 촬영을 하고, 전동 의자에 앉아 입을 될 수 있는 한 활짝 벌렸다. 진찰이 행해지는 내내 지인들로부터 줄곧 들어왔던 ‘치과 치료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의사가 입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괜히 고통이 느껴지는 듯 했다.
 

 

▲(사진= 픽사베이)

 

 

종이컵에 든 물을 머금고 입안을 헹궜다. 의사는 총 3개의 치아가 문제라고 했다. 두개는 확실히 안좋은데, 나머지 하나는 더 자세히 살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내 치아 배열이 서로 맞닿아 있는 형태라 치아와 치아 사이에 충치가 잘 생기는 타입이라는 점이다. 이런 치아 배열은  치실 사용이 필수란다. 거의 30년만에 내 치아가 특별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치실의 올바른 사용법 & 치실의 오해와 진실 | 치과의사가 알려주는 치과 상식

 

 


그래도 다행인건 신경치료까지 할 정도로 충치가 깊지는 않았다. , 처음엔 총 3개인줄 알았던 충치가 2개로 확정됐다. 이 말은 즉 슨, 치료가 덜 고통스러울 거라는 의미였다. 진단도 끝났겠다. 이제 문제는 ‘돈’이었다. 고통도 분명 두려웠지만,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건 ‘충치 치료 비용’이었다. 충치치료 비용이 비싸기로 악명 높은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어금니 두개에 ‘인레이’라는 치료를 해야했다. 인레이는 치아 안쪽 상아질까지 손상돼 이를 제거한 후, 치아의 본을 떠 손상 부위에 붙이는 치료를 의미한다
 

치과에서의 인레이, 크라운(씌우는 치료)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닥터W's 치과꿀팁]

 


인레이에 사용하는 소재는 일반적으로 레진, , 세라믹 총 세 종류가 있다. 나는 세라믹 소재를 선택했다. 병원에서 설명하기를 치료 범위가 넓고, 음식물을 씹어야 하는 어금니에는 세라믹이 적합하다고 했다. 세라믹이 레진보다 내구성이 좋고, 금과 다르게 치아 색과 비슷해 인기가 많단다. 인레이 치료 비용을 물으니 치아 한 개당 30만원씩 총 60만원이 나왔다
 

 

우선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곧장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에 '세라믹 인레이 가격'이라고 검색해봤다. 인레이 가격은 보통 25-30만원 정도였다. 특별히 비싼 게 아니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 보다는 곧장 치료를 시작했다.
 

▲(사진= 픽사베이)

 

#아프지만 않게 해주세요

 


치료 순서는 해당 부위에 마취를 하고, 치아를 갈아 충치를 제거한다. 이후 치아 본을 뜬다. 이때 바로 충전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문제작해야 하기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세라믹 충전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치아가 시리지 않도록 임시 충전재를 채워 둔다. 일주일 후, 병원에 내원해 임시 충전재를 제거하고 세라믹 충전재를 채워 넣으면 치료가 완전히 끝난다.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몇 번이고 "아프지 않죠?"를 물었다.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간호사는 조금 시릴 거라며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그때, 이미 옆 진료실에서는 치아를 갈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더 무서워졌다
 

https://youtu.be/y4U2cQ4e63w

 

 

 
족히 30분은 더 걸렸던 것 같다. 이를 갈아내고 어딘가 휑한 상태가 됐다. 간호사의 말처럼 이를 가는 내내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시리다는 게 이정도일줄이야. 시리다 못해 고통스러워서 치료 내내 발 끝을 오므린 채로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이후 입안을 헹궈낸 다음, 치아의 본을 떴다. 찰흙같은 것을 이에 물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다. 마지막은 고무같은 것으로 뻥 뚫린 치아에 임시로 채워 놨다. 간호사는 되도록이면 충전재를 채운 쪽으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만약에 충전재가 빠지면 이가 시리니 꼭 병원에 오라는 당부도 더했다



일주일 후 병원을 찾았다. 다시 전동 의자에 누워 입을 양껏 벌리고 치료를 받는다. 주문했던 세라믹을 부착하고, 불편하지는 않는지 몇차례 확인을 하니 진료가 끝났다. 대략 20분쯤 걸렸다.


 

▲(사진= 픽사베이)

 


치료가 끝나자마자 밥을 먹었다.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겠지라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밥 한술을 떠 입안에 넣고 씹는 순간, ‘찌릿한 느낌이 든다. 생각보다 치료부위가 시리다.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물으니 처음엔 그럴 수 있다며, 증상이 계속되면 내원하라더라.


정말 신기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시린 느낌은 사라지고, 치아에서 느껴지던 묘한 이질감도 사라졌다. 이젠 음식을 먹을 때 크게 불편하지 않다. 때때로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면 간혹 시리다고 느낄 때가 있다. 기분 탓인가.

 

 

치료는 완벽한 지 몰라도 느낌은 어딘가 이상하다. 특히 가끔씩 이빨이 시릴 때면 예민해진다. “설마 또 썩은 건 아니겠지?” 라며.
 

오늘의 교훈, ‘양치질을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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