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큐빅(세븐틴 팬덤은 아니나 고잉셉 애청자들의 애칭)이라고 고잉세븐틴 추천 글을 날리던 이내가 결국 콘서트까지 가버렸다. 이것은 큐빅인가 캐럿(세븐틴 팬클럽)인가 뭐가 됐든 나는 무한 아주 나이스 감옥에 갇혀보았으니 되었다는 말을 하게 만든 세븐틴 BE THE SUN 서울 콘서트 후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나는 팬덤이 아니라도 콘서트가 가보고 싶으면 가보는 타입이다. 내가 좋아하는 앨범이나 노래가 나온 때에 콘서트를 가지 않으면 그 무대를 보기가 힘들고 그때의 그들을 볼 수 없으니까. 그러나 아이돌 공연 같은 경우는 팬덤이 아니면 티켓을 얻기도 힘들지만 가서 팬덤 응원봉이 없이 있기도 힘들긴 하다. 모두가 응원봉을 흔들고, 페어링한대로 불빛을 반짝이며 놀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콘서트를 놓치는 게 더 싫어서 그냥 가는 타입이다.
근데 이번엔 어떻게 가게 되었냐면… 아이돌 덕질이라곤 한 번도 안 해본 친구가 갑자기 우지가 좋다고 한 뒤로 궁금한 게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해오곤 했다. 이번 콘서트도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둘 다 표를 구해서 신나게 놀다 왔다.
토크가 재밌다.
정말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토크가 재미없으면 콘서트에 집중을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흐트러지게 된다. 갑자기 휴대폰을 하고 싶어지고 TV를 보다가 딴짓하는 기분으로 현실로 복귀하게 되는 느낌을 느끼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토크가 재미없으면 무대도 기대가 안된다고 해야 할지, 들뜬 기분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번 콘서트를 보고 느꼈다.
멤버가 13명이나 되니까 첫인사를 하든 끝인사를 하든 한 명 한 명 말하다 보면 진짜 보는 사람이 지친다. 그런데 그걸 지치지 않게 하는 게 멤버들 사이의 티키타카가 정말 잘 맞아서 보는 내내 깔깔대다가 죽었다. 옆자리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무한 아주 나이스 제공
이거 하나 때문에 세븐틴 콘서트를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시국이 오기 전부터 유명했다. 세븐틴 콘서트 앵콜에 아주 나이스가 무한으로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가수조차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이야기, 밖에 부모님들이 아주 나이스만 나오면 질려 한다는 이야기들이 우스갯소리로 떠돌고 있었다. 그걸 꼭 체험해 봐야지 했는데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이번엔 중간에 아주 나이스를 아예 무대를 해버려서 혹시..? 안 하나 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일부러 7시 콘서트 시작이라 끝나는 시간을 넉넉잡아 10시 30분 정도로 예상했는데 10시 50분쯤 끝나 전광판에 막차시간을 띄워줬다. 여기서 마지막 30분은 그냥 아주 나이스의 반복이었다. 덕분에 기차 막차 시간을 잡아놓았던걸 시원하게 날리고 택시 플렉스하고 집에 왔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나왔다
Game boy, 붐붐, 만세 등 내가 좋아하는 곡 무대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요즘 겜보이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힙합팀 유닛 곡이고 조금은 된 노래라서 이번에 안 해줄 줄 알았는데 나오는 순간 심장이 뛰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인 ‘숨이 차’와 ‘소용돌이’를 보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최고의 셋리스트였다.
멤버들이 말했을 정도로 이번엔 감동을 빼고 빡센 곡들로 이루어졌는데 달리는 곡들과 멤버들의 적절한 호응 이끌기 등이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정말 콘서트 다운 콘서트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르고 웃고 뛰고 공연 내내 서있었던 공연이 얼마 만인가. 허리가 뽀개질 것 같았지만 너무 행복했다.
멤버들 이런 캐릭터였나?
몇몇 멤버들은 비슷했다고 느꼈지만 정한이나 호시, 에스쿱스의 경우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특히 호시. 어떻게 고잉세븐틴 돈 라이의 ‘광기’텐션으로 내내 있을 수 있는지 너무 신기했다. 아이돌 그룹을 보다 보면 어떤 멤버들은 딱 자기 팬덤 앞에서 인격이 변하는 것처럼 변하는 멤버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게 딱 호시였다. 인사할 때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모두 질려 했고 호랑해만 첫인사에서 한 다섯 번을 듣다니. 너무 놀라웠다.
이날 호시 돌+I라고 얼마나 깔깔대며 말했는지. 엠비티아이에서 내향형 인간인 I이면서.. 왜 부승관이 그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정한과 에스쿱스는 생각보다 더 그룹에 진심이라는 생각..? 멤버 모두 꽤나 진중한 모습이 나를 심하게 놀라게는 안 했지만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라서 신선했다.
고척은 총 4번 정도 가본 것 같은데 플로어 앞쪽, 플로어 중간쯤, 4층 그리고 이번에 1층을 갔다오면서 엄청 골고루 다닌 편이 되었다. 이번엔 처음으로 고척 1층을 가게 됐는데 그중에서 왼쪽 사이드로 113구역을 가게 되었다. 일단 고척돔 자체는 지하철역에서 얼마 안 멀기 때문에 가기도 쉽다. 하지만 자차로 이동은 안 하는 게 좋다. 교통이 헬일 뿐 더러 끝나고선 택시는 잡을 수 없어서 그냥 곱게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게 낫다. 공연장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공연 중간중간에도 찬바람이 느껴져서 좋았지만 밖은 헬게이트다. 나는 무조건 입장 가능 시간 체크해서 그때 맞춰서 갔다. 이번 세븐틴은 본인 확인과 입장 줄들이 꽤 관리가 잘 되어있고 공간 배치를 잘해뒀어서인가 빨리빨리 확인이 되어서 더운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시야에 관해 얘기하자면 측면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얼굴의 한쪽 면을 뚫어져라 봤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플로어 갔을 때부터 느꼈지만 고척은 플로어 앞쪽 아니고선 얼굴 보러 가는 게 아니다. 1층조차도. 무대 가까이 자리가 아니라면 그나마 플로어 끝 쪽이나 1층 앞 쪽에서 토롯코를 타고 도는 멤버들을 가까이서 보는 기회를 잡는 수밖에 없다.
내가 있던 113구역은 이번에 세븐틴이 토롯코를 타고 돌면서 멈추는 구간이어서 생각보다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고척이 커서인지 두 번 정도 멈췄는데, 왼쪽 오른쪽 사이드 쪽에 한번, 중앙에서 한번 멈춰서 멘트 겸 곡 바꾸는 시간을 가졌다. 고맙다. 덕분에 실물 후기 하나 못 쓰겄네 했던 맘이 사르르 녹았다. 버논, 정한, 준, 에스쿱스 진짜 잘생겼다….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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