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첫 캠핑을 떠나게 된 슝슝이다. 내 마지막 캠핑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어릴 때다. 가족들과 해마다 갔던 거 같은데 정말 어릴 때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크고 나서는 캠핑을 가본 적이 없는데 최근 캠핑에 흥미가 생겨 한번 가보기로 했다.
캠핑장 예약이 생각보다 빡세서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급 떠나는 캠핑은 자리가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나도 한 달 전쯤 캠핑장을 예약하고 드디어 캠핑을 떠났다. 미리 예약하는 거라 당일 날씨가 어떨지 가늠할 수 없다. 내가 캠핑 가는 날도 비 예보가 있어서 매우 걱정하면서 떠났다. 내가 간 캠핑장은 쌍용어드벤처 오토캠필빌리지, 줄여서 쌍용오토캠핑장이다.
다행히 비는 조금 오다가 말았다. 날은 흐렸고 천둥 치는 소리가 간혹 들리긴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나무 그늘이라 타프를 칠까 말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비가 올까 봐 타프를 쳤다. 타프는 생전 처음 치는 거라 오기 전부터 렉타 타프 치는 법을 유튜브로 엄청 공부하고 왔다. 타프를 치면서도 유튜브 영상을 하나 틀어두고 보면서 했다. 그 결과?
30여 분 만에 타프 치기 완성! 처음 치는 건데 이 정도면 소질 있는 거 아닌가요? 캬캬캬.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살짝 곤란했던 건 팩 박는 위치였다. 타프를 살짝 더 중앙에 쳤어야 팩 박기가 더 수월했을 거 같다. 보시다시피 뒤쪽은 돌이라서 팩 박을 위치 찾는 게 힘들었다.
타프 치는 데 30분, 텐트 치는 데 30초 걸렸다. 원터치 텐트 만만세... 만약 텐트가 원터치가 아니었다면 눈물을 조금 흘렸을지도 모른다. 비가 와서 선선하긴 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땀이 뻘뻘 나서 힘들었다.
이제 차에서 나머지 짐들을 꺼내 대충 늘어놨다. 첫 캠핑이라 내가 계속 다닐지 안 다닐지 몰라 최대한 집에 있는 장비들을 활용했다. 그래도 나름 갖출 건 다 갖췄다.
다 정리하고 앉아서 쉬는데 금방 땀이 식었다. 선풍기도 틀었는데 별로 필요는 없었다. 앞, 뒤, 옆으로 나무가 많아 바람이 솔솔 불어 아주 시원했다.
오토캠핑장은 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자리 옆쪽에 배전함이 있었다. 지금 날씨엔 별로 필요 없었지만 선풍기나 전기장판 등을 사용한다면 정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다. 전기 사용 예정이라면 꼭 릴선을 챙겨와야 한다.
조금 쉬다가 캠핑장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산속 계곡 옆에 있는 캠핑장이라 나무가 정말 많았다. 눈이 닿는 모든 곳이 초록색이었다. 너무 편안하고 싱그러운 색이다.
캠핑장엔 차가 지나다닐 수 있게 자갈로 길이 나있다. 흙이 날리지 않아서 좋았다. 아스팔트보다 더 자연적인 느낌이다.
바로 옆 계곡에 내려가봤다.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정말 좋아 보였다. 실제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캠퍼들이 많았다. 아직 물은 너무 차가웠는데 한여름엔 이만한 곳이 없을 만큼 좋아 보였다.
내가 갔던 캠핑장엔 절도 있었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절이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참 좋았다. 캠핑장에 가서 놀랐던 건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거다. 아이들이 많아서 엄청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도란도란 말하는 소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캠핑장을 둘러보고 오니 벌써 시간이 5시가 되었다. 슬슬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나도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준비해온 가스버너에 삼겹살과 양파, 버섯 등을 볶았다. 양파가 제철이라 향이 정말 세고 맛있었다.
작은 화로대에는 숯으로 등갈비를 구웠다! 다른 건 몰라도 등갈비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성공적이었다. 작은 화로지만 불이 세서 금방 구워졌다. 최고의 캠핑 음식이었다.
고기 구운 프라이팬에는 집에서 가져온 김치로 볶음밥을 만들었다. 밥까지 야무지게 볶아먹다니... 제법 멋진 식사였다.
캠핑장 개수대에서 설거지까지 싹 마치고 설거지 거리를 걸어놨다. 아래로 물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말랐다.
밥을 먹고 나니 비구름은 완전히 사라지고 쨍쨍한 하늘이 나타났다. 배부르고 날씨 좋고 풍경 좋고... 자연 속에 파묻힌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이제 사람 많은데 가면 기 빨리고 힘든데, 한적하고 조용하니 이 맛에 다들 캠핑 오는구나 싶었다.
해는 금방 떨어졌다. 어두운 캠핑장의 분위기가 꽤 운치 있었다. 물론 우리 자리는 밝은 조명 하나뿐이라 감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마저도 정말 좋았다. 이웃 텐트들의 예쁜 불빛들과 도란도란 떠드는 말소리들이 너무 좋았다.
해가 떨어지니 시원했던 바람이 차가워졌다. 매점에서 장작을 사다가 불을 피웠다. 뭐랄까 어른이 되어서 합법적 불장난을 하는 게 퍽 재밌었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불멍을 즐기다 보니 금세 매너 타임이 됐다. 조용히 조금 더 떠들다가 남은 불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야외에서 잔 거 치고 매우 개운하게 일어난 아침이다! 몸이 배긴다거나 잠을 설치거나 하지 않고 푹 잤다. 나말이지 역시 체질인 걸까?ㅎ 캠핑에 최적화된 몸이 맞는 거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밖에 앉아있는데도 너무 좋았다. 공기도 맑고 시원하고 개운하고... 그리고 울리는 배꼽시계에 바로 라면을 끓였다. 역시 여행 둘째 날 아침은 라면이지~ 밥까지 야무지게 말아먹었다.
아침 먹고 살짝 빈둥대니 다들 철수하기 시작했다. 퇴실 시간이 1시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는데 다들 부지런했다. 나도 10시 조금 넘어서 철수를 시작했다. 자질구레한 짐 정리하고, 텐트도 접고, 타프도 접고... 허... 이게 참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들 왜 철수를 일찍 시작하는지 깨달았다. 게다가 난 트렁크까지 싹 정리를 하는 바람에 12시가 다 되어 철수 완료했다. 하하하.
캠핑 시작하는데 1시간, 노는 거 잠깐, 철수하는데 2시간이라니. 하.. 내가 이 고생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아주 짧게 느껴지고 캠핑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맞아 역시 너무 좋았지... 7월 캠핑은 아주 더울 텐데, 나 여름 진짜 싫은데... 어디 캠핑장 남는 자리 있나?
아마 조만간 또 캠핑하러 갈 거 같다.
해쭈의 고매 요리 한국식 마제 소바 만들기 (feat. 쭈친들 모여라) (0) | 2022.07.01 |
---|---|
세븐틴 BE THE SUN 서울 고척돔 콘서트 후기 (무한 아주 나이스 체험 완료) (0) | 2022.06.30 |
극J의 단양 당일치기 여행, 나만 따라와 (만천하스카이워크, 패러명가, 구경시장) (0) | 2022.06.30 |
니 강해상보고 장첸 잊은 거 아니니? 범죄도시(2017) 리뷰 (0) | 2022.06.19 |
찰리푸스의 이별 노래 들어 보실래요?(Feat. 이별 노래 추천) (0) | 2022.06.19 |
야, 너두 '이모티콘' 만들 수 있어(부제: 아이패드로 이모티콘 만들기) (1) | 2022.06.0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