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계획 없는 주말'을 사랑할 수 있는 조건과 이유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걱정없이 세상 모든게 행복할 때 그렇다. 아무것도 안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모든게 행복할땐 긍정적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채우기 때문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행복한 기분이 절로 든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가 집순이이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는 죽을만큼 아프고 힘들때다. 사람을 만난다거나 영화 또는 뮤지컬을 본다거나 시끌벅적한 카페를 들어가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이 내 머릿속에 들어올 틈을 만들어두지 않는다.힘들 땐 가만히 있으면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불안,절망,후회 온갖 나쁜 생각들이 날 지배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보면 집순이들은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떤 자세로 누워있는지도 모를만큼 아무 생각이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행복'은 집순이들이 '아무계획 없는 주말'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이자 조건이다.
진정한 집순이라면 방 밖으로 아니, 침대 밖으로 한발짝도 안나가고도 잡생각만으로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에만 박혀있는 건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면서 "난 사치스러운 사람이니까!"라며 스스로를 인정해버린다. 이것에도 나름 이유가 있다. 바로 집순이 게이지를 채우기 위한 것인데, 그 한 주동안 혹은 그 한 달동안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미친듯이 달리고 에너지를 다 쏟은 후에 어렵게 얻은 휴식시간일 때 이렇게 스스로에게 자애로워진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도 결국엔 체력 문제라는걸 깨닫고 있는 요즘. 카톡 답장을 성의있게 하는것도, 열심히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결국 다 에너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체력이 없으면 이 모든 일이 귀찮고 버거워진다. 바로 이럴 때, 집순이 게이지 충전 모드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집순이게이지를 채우는 동시에 그동안 미뤄둔 인터넷쇼핑, 뉴스정독, 못 다한 여행사진첩 정리하면서 낄낄거리기,못본 드라마나웹툰 챙겨보고 트렌드용어 파악하기까지 모두 한번에 할 수 있는 꽤 부지런하고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다.(오호?)
*집순이 게이지란?
집에 있는 시간을 확보할때 유지되는 수치로 외부활동을 한만큼 다시 집에서 휴식해주면 충전되고 그렇지 못하면 급격히 고갈됨
슬슬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고 허리가 아플정도로 누워있었다면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 물론, 침대를 벗어나진 않는다. 일단 머리를 대고 있던 베개를 등 뒤에 세워놓고 항상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댕댕이 인형 3총사를 주변에 두어 안락한 느낌을 살린다. 그리고 포근한 이불 위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면 그만큼 뿌듯한 주말이 없다. 이 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저질렀던 실수들을 반성하기도 하고 뿌듯했던 일들은 칭찬해 줄 수 있는 시간들로 가득 채우면서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가족들은 "너 안나가니..? 그렇게 있으면 허리 안아프니?"라는 말씀을 가끔 하시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예쁜 글로 정리한 책들을 보면서 혹은 나와 전혀 다른 생각들이 설득력있게 정리되어진 글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여전히 좋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혼자 울기도 많이 울다가 스스로 일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이세상 누구보다 행복해하며 실실 웃고 있기도 하는 내 모습이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들이 집순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요즘은 너무 힘든 일이 많아서 집 밖을 많이 나갈 예정이지만, 그래도 집순이 독서모드는 챙겨야지:-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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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또는 아무말대잔치가 될지도 모르는 저의 콘텐츠가 여러분의 지친 생활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으로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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