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앤엔즈'에 참여를 결심하고서 처음이란 단어 안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내 글과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처음 시작하는 곳에서 처음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암묵적으로 메였던 것 같다. 첫 문장도 못 써서 빈 화면만 몇십 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서 처음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키워드만 일단 적었는데, 웃기게도 바로 글 방향이 잡혔다. 앞으로 내가 공유할 작은 이야기들은 이 안에서 나올 거니까 처음이라면, 그것들을 짧게 소개해주는 게 어떨까. 말하자면 이 글은 나에 대한 작은 소개서이자 내가 앞으로 쓸 글들의 목차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케이팝고인물
케이팝고인물이란, 고인물이란 단어가 한 장르를 오래 한 사람을 속되게 말하는 말이므로 쉽게 말하면 케이팝이란 장르를 오래 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된다. 나는 한 아이돌을 오래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케이팝을 오래 하기도 했지만, 어릴 때부터 MTV, 엠넷, KMTV.... (채널 얘기하니 세월 느껴져서 약간 슬프긴 한데) 이런 채널들을 끼고 살았다. 채널에서 틀어주던 뮤직비디오를 외우다시피 봤고 각종 서바이벌(ex빅뱅, 슈스케, 열혈남아... etc), 음악 예능, 리얼리티는 필수로 챙겨보면서 한 아이돌뿐만 아니라 케이팝 전체로 시야가 넓혀졌다.
그냥 보고만 끝나면 고인물이라 할 수 없을 텐데, 서바이벌이 끝난 후의 탈락자들이나 여러 영상에서 인상 깊은 사람들이 궁금해 소식을 찾아보고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퍼즐 조각이 되어 모여서 맞춰지는 경우들도 생겼다.
예를 들면 강승윤을 슈스케 예선 때부터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YG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데뷔를 기다렸다. 근데 WIN이란 서바이벌을 한다길래 봤더니 케이팝 스타의 이승훈, 지코 믹스테잎에서 알게 된 민호가 같은 그룹에 있었다. 데뷔까지 하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내가 '괜찮다' 생각했던 사람이 잘된 짜릿함도 케이팝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간이 흐르고 보니 즐거움을 버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2n년째 케이팝을 하고 있는 내가 있더라. 덕분에 방대한 케이팝 지식들이 뇌 속에 쌓여서 함께 공유하면 제일 재밌는 주제가 아닐까 내가 제일 기대 중이다.
#리뷰인생
TV를 보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많았고 그 생각들을 글로 풀다 보니 그게 리뷰가 되었다. 예전에 했던 리뷰들이 가끔 그리워서 블로그를 돌아보곤 하는데 거기서 한때 뮤직비디오 해석하는 게 유행이었을 때의 글도 있었다. 포토샵이나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랐으나 사진을 합치는 프로그램을 깔고 화면을 캡처해서 나름대로 보정도 하고 이런저런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글을 쓰다가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글을 포기하고 화면 캡쳐만 열심히 한 글이었다.
열정으로 썼던 리뷰들을 보면서 나름 여러 방면으로 리뷰를 정말 오래 해왔구나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음반, 뮤직비디오, 무대 등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게 이야깃거리였고 앞으로도 이것들에 대해 얘기해볼 작정이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 등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은 전공에 영향을 받아서 더 가혹하게 구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원래 아는 만큼 욕(?)을 더 잘한다고 하더라. 행사나 페스티벌, 공연, 방송 방청에도 관심이 많고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편하게 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항상 강구하곤 하는데, 그 점에서 팁과 경험들을 리뷰에 많이 녹일 예정이다. 자주 가시던 분들은 알고 있는 정보일 수 있지만 많이 나눌수록 좋은 거니까. 아니, 이런 것도 팁인가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소소하겠지만 분명 도움 될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문화잡학다식
위의 두 키워드를 합치고도 힙합/ 패션/ 영상 등 얕고 다양하게 알고 있는 정보들이 있어서 친구들이 항상 '잡지식'이 많다고 얘기했었다. 좋아하는 것에서 갈래를 뻗어 가다 보니 그 주변으로 지식이 쌓였다. 그래서인지 얕고 다양하다. 에픽하이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힙합을 알게 되고 언더 힙합에 관심이 많았었다. 래퍼들을 거의 알고 있어서 쇼미더머니가 시작한 후로 시즌마다 아는 래퍼 찾기가 하나의 재미였다.
패션은 사실 케이팝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무대의상들이 바뀌는 게 즐거웠고 이 컨셉엔 저런 의상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옷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원래도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관심이 더 많아진 건 가수들과 친한 모델들을 보기 시작하면서였다. 어? 친한 사람 같은데, 일반인은 아닌 것 같고 근데 가수도 배우도 아닌 것 같아하면서 궁금함에 찾아보기 시작했고 모델인 걸 알게 되면서 화보나 패션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뒀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거의 모르는 수준으로 관심이 멀어졌고 이 정도의 얕은 지식이 잔잔하게 다양한 장르에 깔려있다.
관심이 없는 것이라도 기본 컨텐츠외에 각종 비하인드, 혹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 같은 걸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분명 영화는 안 봤는데 이 장면은 이렇게 찍었대! 같은 이야기를 불쑥하기도 한다. 그래서 본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고 여기는 경우들도 있지만, 알고 보면 진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안 보는 편(TMI). 이렇게 정보가 얕고 넓은 덕분에 리뷰를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된다. 살을 보태는 말들, 혹은 관점을 틀어보는 일들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그리고 새로운 것도 얼추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더라 물론 정확하진 않더라도. 이 모든 잡학다식으로 가끔 이렇게 여러 방면의 TMI가 불쑥불쑥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점! 그게 내 글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크게 키워드 세 개정도 만 뽑아봤다. 젤 먼저 떠오른 케이팝고인물부터 항상 하던 리뷰, 넓고 얕은 지식까지 키워드가 다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있는 건 내가 관심 있는 게 정말 한정적이고 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깊고 열심히 좋아하고 활동했으니 다른 시각을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름 나눌 수 있는 게 많다고 자신하니까! 앞으로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며 많은 걸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단단해지기 (0) | 2020.01.21 |
---|---|
집순이가 집에서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생각 (0) | 2020.01.21 |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안고 떠나는 여름휴가 (부제: 필리핀 여행) (0) | 2020.01.20 |
케이크 좋아좋아 (0) | 2020.01.17 |
오늘부터 살 뺀다는 사람들 특징 (feat.뫼비우스의 띠) (0) | 2020.01.17 |
그림으로 보는 TMI와 아무말대잔치 (0) | 2020.01.16 |
댓글 영역